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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금리 8% 초읽기…“차라리 월세가 저렴” 역전현상 확산

 

가파르게 오른 금리 탓에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택 임대차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택 임대차 시장의 주축을 담당해왔던 전세제도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반면 월세 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는데요. 

과거 서민들의 주거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담당했던 전세제도의 매력이 점점 상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는 부동산 소유자에게 보증금을 맡긴 채 일정 기간 임차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선 보증금만 납입하면 월세처럼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므로 상당히 매력적이죠. 반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해 두거나 다른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세는 금리가 오를수록 임대인에게 유리하고 임차인에겐 불리한 구조입니다. 은행 금리가 월세보다 높다면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13년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전세시장에 최적화된 시기였죠.

이 무렵엔 임차인들이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월세보다 훨씬 저렴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임대차 시장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ZERO 금리’에 머물던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제도까지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는 주택 담보대출 및 전세자금 대출,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상품의 기준이자 표본이 됩니다. 곧, 기준금리 상승이 각종 대출금리 상승을 견인하게 되는 셈이죠. 

2021년 당시 기준금리는 0.5%에 불과했습니다. 사실상 공짜로 돈 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죠. 하지만, 현재 기준금리(11월 기준)는 3.25%까지 올랐습니다. 약 2년 새 6.5배나 치솟은 셈입니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 상단도 가파르게 올라 연 8%대에 바짝 다가서면서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결국, 임차인들은 전세보단 월세를 선호하게 되면서 임대차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대법원 등기 정보광장에 ‘확정일자 전월세 현황’을 연도별(1~10월 기준)로 살펴본 결과, 올해 통계 작성 이래 최초로 월세 비중이 전세 비중을 뛰어넘었습니다. 

올해 10월까지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 228만 3,418건 중 월세 거래는 117만 6,880건으로 전체 임대차계약의 51.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동(同) 기간보다 7.7%p 증가한 수치입니다.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예고되어 있는 만큼 월세의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면서 월세 선호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깡통전세란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전세 형태를 비유해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올 들어 전반적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사그라들면서 이러한 깡통전세 사례가 속출하며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사고도 늘고 있는데요. 

주택 도시 보증 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이 올해(1∼10월) 기준 6,3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위변제액(5,040억 원)을 이미 넘어섰으며 역대 최고 금액입니다. 

금리인상과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는 전세가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전세·월세 가격지수를 살펴봐도 현재 임대차 시장의 분위기를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가파르게 치솟던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들어 하락세(104.4→101.4)로 전환됐습니다. 올해 2월 들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매달 하락폭도 커지는 추세입니다. 아파트 월세 가격(지수)은 여전히 상승세입니다. 2019년 11월 상승세로 전환된 이후 올해 10월까지 36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도 올해 소폭 상승(4.5%→4.8%, 아파트 기준) 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9%로 전세 대출금리보다 조금 저렴합니다.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전세자금 대출(주택금융공사 보증·2년 만기) 금리가 연 5.230∼7.570%(11월 24일 기준)입니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낮다면 세입자는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게 유리하지만 금리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으면 월세로 전환하는 게 유리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까지 임대차 시장은 비슷한 구도를 이어 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고금리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 주택 가격도 하락 국면에 진입한 만큼 전세시장은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수요가 월세로 이탈되면서 월세 가격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입니다. 

‘월세 시대’ 임대계약 시 주의점은?

전세권자(임차인)가 현재 거주하는 전셋집에서 계속 거주를 희망한다면 주변 시세를 확인해 보고 ‘계약 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의 전세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현저하게 높다면 집주인에게 감액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만약 월세 집을 알아보고 있다면 임대차계약 만기 전에 서둘러 찾아보기를 권장합니다. 만기에 거의 다다라서 월세 집을 구한다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므로 임차인이 원하는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월세 가격도 상승 추세이므로 더욱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전세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월세로 전환한다면 법이 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해야 합니다. 2020년부터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5%로 낮춰 적용하고 있는데요.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지면 임차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따라서 임차인은 월세 전환 시 전월세 전환율 2.5% 범위 내에 지켜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체크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참고로 전월세 집을 구하거나 분쟁이 있을 경우에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보실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일반적인 주택 임대차 상담부터 시작해 주택 임대차 분쟁 조정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전세가격 상담 센터도 활용해 볼 만합니다. 전세(예정) 가격 적정성 여부를 감정평가사가 직접 확인 후 상담해 주는 곳입니다. 

서울이 아닌 타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고 만약 임대차 분쟁이 발생했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의 ‘주택 임대차 분쟁 조정위원회’를 활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국번 없이 132를 누르시면 무료법률상담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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