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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공공재개발 그 전망은?

강력한 수요억제 규제정책을 쏟아부었음에도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문재인 정부는 공급확대 카드를 꺼내 들고 3기 신도시와 서울 태릉CC(태릉골프장)부지 등 유휴부지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집값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고, 등 떠밀리다시피 공공재개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도심에 새 아파트를 공급하려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서울은 이 방법밖에는 없다. 그러나 자칫 정비사업을 풀어준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줌으로써 투기 확산을 우려한 정부는 계속 주저했다. 결국 재개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나서야 공공재개발이라는 형식을 빌려 재개발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던 8곳을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로 선정해 3천 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주택부족 문제가 이 정도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또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겠다고 했고, 2022년 대통령 선거도 있어 정책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공이 주도해서 잘된 경우도 잘 없어서 공공재개발에 큰 기대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여러 문제로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던 서울 도심 재개발 구역에 공공이 개입해 사업속도를 높여 예상보다 빨리 질 좋은 새 아파트가 시장에 공급된다면 업그레이드된 재개발 방식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공공재개발, 일단 한 번 지켜보도록 하자.

공공재개발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 주택도시공사) 등 공공기관이 시행사로 참여해서 주택 공급 및 주거환경 개선 등을 촉진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2021년 공공재개발 1차 후보지로 선정된 8곳은 사업성 부족과 주민 간 갈등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서 평균 10년 이상 사업 진척이 없던 지역들이다. 공공재개발 시범지역은 지도에서 보듯이 종로구 신문로2-12, 영등포구 양평13, 양평14, 관악구 봉천13, 강북구 강북5, 동대문구 용두1-6, 동대문구 신설1, 동작구 흑석2, 이렇게 8곳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사업은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허용한다. 현재 1,704가구에서 4,763가구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골드라인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이 인접한 흑석2구역은 기존 270가구뿐이었는데 공공재개발을 하게 되면 1,310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아마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구역을 꼽으라면 흑석2구역이지 않을까 싶다. 흑석은 이미 마용성(마포·용산·성수)에 버금가는 신흥 부촌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 광역도심을 끼고 있는 종로 신문로2-12구역은 용적률 900%를 적용해 242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하철 5호선이 연결되어 있지만 제대로 정비사업이 되지 않아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영등포 양평도 13, 14구역이 공공재개발이 되면서 13구역 618가구, 14구역 358가구로 1천 세대 가까운 새 아파트가 공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원조 골드라인 2호선이지만 낙후된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봉천도 봉천13구역이 공공재개발이 되면서 향후 35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하철 4호선의 강북구 강북5구역은 680가구, 지하철 1호선인 동대문구 용두1-6구역은 919가구, 1호선과 2호선 모두 이용 가능한 동대문구 신설1구역은 279가구 등 이렇게 8구역 총 4,763가구의 새 아파트가 서울에 공급될 계획이다. 또 2021년 3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16곳도 발표되었다. 노원구 상계3(예상세대 수 1,785세대), 강동구 천호A1-1(830세대), 동작구 본동(1,004세대), 성동구 금호23(948세대), 종로구 숭인동(410세대), 양천구 신월(2,219세대), 서대문구 홍은1(341세대), 충정로1(259세대), 연희동(1,094세대), 거여새마을(1,329세대), 동대문구 전농9(1,107세대), 중랑구 중화(853세대), 성북구 성북1(1,826세대), 장위8(2,387세대), 장위9(2,300세대), 영등포구 신길1(1,510세대) 등 16곳에서 2만 세대 정도의 공급이 전망된다.

이 정도 물량은 언 발에 오줌 누기도 되지 않지만,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구역에 공공이 개입해서 빠르게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서울 새 아파트 공급의 기능뿐만 아니라 낙후된 도심 지역 재생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단순 용적률만 120%로 늘려줄 것이 아니라 분양가상한제 제외,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물론 정부에서 그냥 용적률만 늘려주지는 않을 것이고 용적률의 20~50% 정도는 공공임대주택으로 환수하고 투기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8곳 모두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의 관건은 민간의 협조와 지지다.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하고 새로 공급되는 주택 물량의 절반 정도를 공공임대나 수익 공유형 전세 등으로 내놓아야 하는데, 지금이야 사업이 제대로 안 되니 조합원들이 빨리 하자는 의미에서 적극적이지만 막상 손익계산을 해보면 향후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공공과 민간이 손을 잡고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접점을 잘 찾을지가 성공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2020년 8·4공급대책에서 5만 가구를 공공 재건축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단지가 7곳밖에 없었고 은마, 잠실5 등 대표단지는 하나도 없었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부촌의 노후화된 아파트를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사업의 특성상 아파트 단지에 공공임대가 들어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공공재개발은 인프라가 부족한 강북 도심권 낙후 지역인 데다 사업추진도 지지부진했던 구역들이어서 공공재건축보다는 좀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규제 완화 정책과 2022년 대통령 선거라는 변수가 있어 장밋빛 기대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공공재개발과 2021년 2·4대책에서 발표한 3080선도사업(도심공공복합사업)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공재개발은 기존 관리처분방식의 재개발 정비사업에서 조합이 하는 역할을 공공이 하거나 공공이 조합과 힘을 합쳐 용적률을 높이고 인허가 속도를 단축시켜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반면 3080 공공주도 도심공공복합사업은 토지 소유주들이 소유권을 가지는 재개발과 달리 2/3의 동의를 받은 후 사업 기간 동안 LH 등 공공이 토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참고로 3080은 서울 30만 호, 지방광역시 80만 호의 상징적인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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